언제 였을까?
팟 케스트가 한창 인기가 있을 무렴 자주 듣던 팟 케스트가 있었다.
신날새 해금 연주자가 운영하는 "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" 이다.
씩씩하면서 차분한 목소리, 풋풋한 느낌의 감성이 느껴져 자주 듣곤 했다.
새벽 늦게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차안 어김없이 그날도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를 시청하고 있었다.
또렷한 목소리에 슬픔을 억누른 듯 시 한 구절 한 구절 읽어 내려가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.
그때 그 눈물의 의미는 나도 잘 모른다.
아이가 태어났고, 새벽 까지 일을 하고 들어갈 때 그 시가 날 위로해주지 않았을까? 생각해 본다.
시 한 편이 많은 위로를 해주던 그날
난 아직도 그날을 또렷이 기억한다. 시의 위대함을..
하늘 - 박노해
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은
나의 하늘이다
프레스에 찍힌 손을 부여안고
병원으로 갔을 때
손을 붙일 수도 병신을 만들 수도 있는 의사 선생님은
나의 하늘이다
두달째 임금이 막히고
노조를 결성하다 경찰서에 끌려가
세상에 죄 한번 짓지 않은 우리를
감옥소에 집어넌다는 경찰관님은
항시 두려운 하늘이다
죄인을 만들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판검사님은
무서운 하늘이다
관청에 앉아서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
관리들은
겁나는 하늘이다
높은 사람, 힘있는 사람, 돈 많은 사람은
모두 하늘처럼 뵌다
아니, 우리의 생을 관장하는
검은 하늘이시다
나는 어디에서
누구에게 하늘이 되나
代代로 바닥으로만 살아 온 힘없는 내가
그 사람에게만은
이제 막 아장걸음마 시작하는
미치게 예쁜 우리 아가에게만은
흔들리는 작은 하늘이것지
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
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
서로를 받쳐 주는
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
그런 세상이고 싶다
-박노해 시집 『노동의 새벽』(풀빛. 1984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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