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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, 생각일기

[생각 일기 #3]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

by hominic 2021. 9. 7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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언제 였을까? 

 

 

팟 케스트가 한창 인기가 있을 무렴 자주 듣던 팟 케스트가 있었다. 

신날새 해금 연주자가 운영하는 "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" 이다. 

씩씩하면서 차분한 목소리, 풋풋한 느낌의 감성이 느껴져 자주 듣곤 했다. 

 

새벽 늦게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차안 어김없이 그날도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를 시청하고 있었다. 

 

또렷한 목소리에 슬픔을 억누른 듯 시 한 구절 한 구절 읽어 내려가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. 

 

그때 그 눈물의 의미는 나도 잘 모른다.

아이가 태어났고, 새벽 까지 일을 하고 들어갈 때 그 시가 날 위로해주지 않았을까? 생각해 본다.

 

시 한 편이 많은 위로를 해주던 그날

난 아직도 그날을 또렷이 기억한다.  시의 위대함을.. 

 

 

하늘 - 박노해 

 

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은

나의 하늘이다

 

프레스에 찍힌 손을 부여안고

병원으로 갔을 때

손을 붙일 수도 병신을 만들 수도 있는 의사 선생님은

나의 하늘이다

 

두달째 임금이 막히고

노조를 결성하다 경찰서에 끌려가

세상에 죄 한번 짓지 않은 우리를

감옥소에 집어넌다는 경찰관님은

항시 두려운 하늘이다

 

죄인을 만들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판검사님은

무서운 하늘이다

 

관청에 앉아서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

관리들은

겁나는 하늘이다

 

높은 사람, 힘있는 사람, 돈 많은 사람은

모두 하늘처럼 뵌다

아니, 우리의 생을 관장하는

검은 하늘이시다

 

나는 어디에서

누구에게 하늘이 되나

代代로 바닥으로만 살아 온 힘없는 내가

그 사람에게만은

이제 막 아장걸음마 시작하는

미치게 예쁜 우리 아가에게만은

흔들리는 작은 하늘이것지

 

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

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

서로를 받쳐 주는

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

그런 세상이고 싶다

 

-박노해 시집 『노동의 새벽』(풀빛. 1984)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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